‘반추(rumination)’란 추상적, 부정적, 반복적 사고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반추는 우울, 불안 등의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반추 성향이 강한 사람은 우울이나 불안에 노출될 위험이 크며, 반추는 증상을 지속 및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반추는 왜 그렇게 우리의 정신건강에 해로운 걸까?
2025년 6월, 주요 정신건강 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반추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바로 ‘반추는 왜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가?(Why is rumination unhelpful in adolescents? Two studies examining the causal role of abstract processing)’라는 논문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본 연구는 2개의 사회 실험을 통해 반추가 인지 및 문제 해결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했다.
첫 번째 실험은 청소년 95명을 대상으로 가상의 사회적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지시했다. 이때 참가자는 ‘추상적 사고’ 그룹과 ‘구체적 사고’ 그룹에 무작위로 배정했다. 연구진은 ‘추상적 사고’ 그룹에 배정된 참가자들에게 상황의 원인·결과·의미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했다. 반추적 사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런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났을까?’와 같은 질문을 예시로 제시하기도 했다. 반대로 ‘구체적 사고’ 그룹의 참가자들은 사건의 구체적·세부적인 요소에 주의를 기울이고, 현재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도록 지시받았다.
실험 결과, ‘추상적 사고’ 그룹에 배정된 참가자는 ‘구체적 사고’ 그룹에 비해 주어진 딜레마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참가자의 당시 기분 및 우울 증상을 통제한 후에도 두 그룹 간의 차이가 유지되었다. 부정적 정서가 바탕이 되지 않더라도, 추상적인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 해결 능력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두 번째 실험은 청소년 81명에게 미래에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많이 생각하도록 했다. 이번 실험도 마찬가지로 참가자를 ‘추상적 사고’ 및 ‘구체적 사고’ 조건에 무작위로 배정했다. 그 결과, 참가자가 제시한 긍정적인 미래 사건의 수는 두 그룹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추상적 사고’ 조건에 배정된 참가자는 떠올린 미래의 일들 중 부정적인 미래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추에서 나타나는 추상적 사고는 주어진 상황의 사실과 맥락보다는 원인·결과·의미 등 평가적인 측면에 집중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자신과 관련지어 의미를 부여하는 ‘자기 참조적 사고(self-referential thinking)’을 과도하게 활성화시키며, 비생산적인 생각의 반복을 강화한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반면, 구체적 사고는 사실과 맥락이 분명한 요소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개선이 가능한 부분을 포착하고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도록 돕는다.
결국 반추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핵심은 쏙 빼놓은 채, 자신과 자신이 처한 환경을 점점 더 부정적으로 만들기만 하는 쳇바퀴에 불과하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인 것이다.
Leigh E, Taylor L, Cole V, Smith P. Why is rumination unhelpful in adolescents? Two studies examining the causal role of abstract processing. J Affect Disord. 2025;379:213-222. doi:10.1016/j.jad.2025.03.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