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증상 이해하기 4. 죽음에 대한 생각

우울증 극단적 증상 이해하기 - 죽음에 대한 생각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흔히 고민하는 문제는 “내가 과연 우울증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울증 테스트’를 해보기도 하고, 우울증 진단 기준에 대해 읽어보기도 하지만 피상적인 내용만 확인할 뿐이다.

<우울증 증상 이해하기> 시리즈에서는 실제 우울증이 우리 삶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표현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자신이 정말로 임상적인 의미에서의 우울증에 해당하는지, 그 정도를 가늠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인용 부호를 사용하여 적은 표현은 실제 우울증 환자들이 이야기한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

우울증이 극심하게 심해지면 실존적인 위협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협은 크게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울증 극단적 증상 1. 무감각, 무존재, 무(無)

모래에 파묻혀 있어 간신히 손만 내밀고 있는 모습
우울증에 빠지면 스스로에 대한 생명력을 잃은것 같은 무감각을 말한다.

우울증의 가장 극단적인 경험 중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생명력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들은 그러한 경험을 무감각 또는 무존재와 같이 표현하곤 한다.

“저는 그냥 아무런 감각이 없어요. 과거에 저를 행복하게 했던 그 모든것들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져요.”

그들은 생각과 감정의 부재를 보고하기도 한다.

“그냥 백지예요. 거기엔'나'자신이 없죠. 나는 그거 그냥 존재할 뿐이에요. 나는 살아있진 않죠. 감정도, 생각도, 아무것도 없어요.”

이러한 무감각과 공허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한다.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아요.”

그들에게 살아있고 존재한다는 느낌은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확신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지속적으로 의심하고, 또 증명해나가려고 한다.

“저는 머리가 텅 비어있어요. 저는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 그냥 삶을 살아나가요.”

이러한 경험들은 흔히 자신이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었다는 표현으로 묘사되곤 한다.

“저는 죽은 것처럼 느껴요.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울증 극단적 증상 2. 회피로서 죽음

죽음의 낫을 들고 있는 사신의 모습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삶을 의미없다고 느끼면, 죽음을 하나의 탈출구로 여기기도 한다.

견디기 힘든 정신적, 신체적 고통은 ‘그저 죽어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으로는 경감되지 않는다.

“저는 마치 죽은 생선과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죽은 생선처럼 사는 게 제 내면속의 극심한 고통을 경감시켜주진 않아요...”

그러므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의미없다’고 느끼고, 죽음을 그러한 고통으로부터의 탈출구로 여기게 된다. 특히 현재 삶이 그다지 큰 의미가 없고 미래에 특별히 상상해 볼만한 합리적인 대안이 없다고 느낄 때, 그들은 죽음을 생각한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순간, 제가 이 고통을 끝마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죽음인 것 같아요.”

이러한 맥락에서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자살 사고는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시사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 주변 사람들 입장에서도 최고의 선택지로 고려되기도 한다.

“제게 가장 최선의 선택은 죽음이에요. 제 죽음은 물론 제 가족들을 얼마간은 괴롭게 할 테죠. 하지만 저는 지금 매분, 매초 그들을 괴롭히고 있어요. 죽음이 오히려 상황을 더 좋게 만들 거예요.”

마찬가지로 통계상 어떤 사람의 가족 중 자살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이 자살할 확률도 매우 빠르게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죽음에 대한 생각 또한 역설적이며, 우울증 자체의 영향으로 인해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울증 증상 이해하기’ 시리즈는 이어서 연재됩니다. 우울증에 대한 생생한 표현들을 더 알아보세요.

우울 증상 이해하기 1. 감정
우울 증상 이해하기 2. 몸과 신체

우울 증상 이해하기 3-1. 내적 변화
우울 증상 이해하기 3-2. 내적 변화

참고문헌

Fusar-Poli P, Estradé A, Stanghellini G, Esposito CM, Rosfort R, Mancini M, Norman P, Cullen J, Adesina M, Jimenez GB, da Cunha Lewin C, Drah EA, Julien M, Lamba M, Mutura EM, Prawira B, Sugianto A, Teressa J, White LA, Damiani S, Vasconcelos C, Bonoldi I, Politi P, Vieta E, Radden J, Fuchs T, Ratcliffe M, Maj M. The lived experience of depression: a bottom-up review co-written by experts by experience and academics. World Psychiatry. 2023 Oct;22(3):352-365. doi: 10.1002/wps.21111. PMID: 37713566; PMCID: PMC1050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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