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증상 이해하기 3-1. 내적 변화

우울증 내면 증상 이해하기 첫번째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흔히 고민하는 문제는 “내가 과연 우울증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울증 테스트’를 해보기도 하고, 우울증 진단 기준에 대해 읽어보기도 하지만 피상적인 내용만 확인할 뿐이다.

‘우울증 증상 이해하기’ 시리즈에서는 실제 우울증이 우리 삶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표현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자신이 정말로 임상적인 의미에서의 우울증에 해당하는지, 그 정도를 가늠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인용 부호를 사용하여 적은 표현은 실제 우울증 환자들이 이야기한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내면의 변화다. 특히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잃게 된다.

우울증 내면 증상 1: 목적과 존재 의미, 희망의 상실

방향을 잃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 하는 사람의 모습
우울증 환자들은 종종 삶의 목적에 대한 상실감을 이야기한다.

삶에 대한 목적을 상실하는 건 우울증 환자들의 전형적인 경험이다. 이러한 상실감은 결코 변경할 수 없고 피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 순간에 머무르는 것 뿐이었어요. 어떠한 목적도, 존재의 이유도 없이요.”

그들은 종종 존재론적 절망감이라고 불릴 만한 근원적인 희망의 상실을 보고 하기도 한다.

“오늘이나 내일 저 자신이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병이나 죽음이 들이 닥칠 것만 같아요. 악취와 벌레들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예요.”

그러한 절망감은 우울증 환자로 하여금 세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그만두게 만든다. 주체감과 동기 자체를 앗아간다.

“저는 제 인생이 거꾸로 뒤바뀐 것처럼 느껴요. 마치 가만히 있다가 쫓겨난 것만 같아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느껴져요.”

그렇게 바깥 세상의 주요성이 상실되면, 내면의 삶이 지배적이게 되고, 이는 세상과의 연결된 느낌을 약화시킨다.

“분명 처음에는 세상에서 여전히 어떤 종류의 역할이나 기능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다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당신 자신의 마음속에서 살게 되었어요.”

그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종종 어떻게든 행동해서 변화를 가져와야 할 긴급하고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곤 한다.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 세상에서, 그들은 종종 방향성 없는 심리적 동요를 보이곤 한다.

“저는 그냥 방황하고, 방황하고, 또 방황했어요. 마치 우리 안의 개처럼 돌아다녔어요. 제 안에는 마치 제가 제어할 수 없는 모터가 있는 것 같아요.”

우울증 내면 증상 2: 생각에 대한 통제감 상실

과도하게 떠오르는 생각에 휩싸인 사람의 모습
통제할 수 없는 생각의 안개속에 있는 것처럼 혼란스러움을 겪거나 특정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반추에 빠지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흔히 생각 자체를 할 수 없거나 생각에 집중할 수 없다고 보고하곤 한다. 그들은 마치 안개속에 있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불분명하다고 느낀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아요.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집중할 수 없어요.”
"아무런 질서도 없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수천 개의 생각을 느껴본 적이 있으세요? 완전히 혼돈 그 자체예요."

생각을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은 곧이어 내면의 삶에 대한 주체감을 잃는 것으로 경험되기도 한다. 가령, 사람들은 흔히 다음과 같은 무자비한 반추 사고에 빠지기도 한다:

“그 생각들은 그냥… 그냥 와요.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옵니다. 저는 그러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결국 그럴 수 없었어요.”

이러한 반추 사고는 전형적으로 죄책감, 자신이 불충분하다는 느낌, 걱정에 집중하도록 하고, 마치 그러한 감정과 느낌이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만든다.

“저는 어떻게든 주제를 바꿔보려고 해요. 그런데 제 뇌는 제게 계속 이것에 대해 걱정하라고 말해요.”

우울증 내면 증상 3: 행동에 대한 통제감 상실

옷을 들고 결정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의 모습
우울증 환자들은 무엇을 입을와 같은 간단한 결정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우울증 환자들이 행동에 대한 통제감을 상실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효과적이거나 의미있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아예 잃어버렸다고 느끼기도 한다.

“저는 완전히 통제 불능이에요. 제 삶을 통제할 방법, 또는 최소한 중요한 몇몇 사건에 대해 통제감을 가질 방법이 없어요.”

이들에게는 가장 단순하고 불필요하고 평범한 일상적인 활동과 의무조차 도무지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으로 인식된다.

“장롱에 가서 블라우스를 보고, 녹색을 입을지, 흰색을 입을지 결정하기 전에 오랜 시간 우유부단한 상태로 서 있었어요.”

그들은 다음날 그들이 평범한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느끼며, 그러한 일들이 완전히 그들의 기분에 좌우된다고 느낀다.

“저는 그날 아침에 일어나기 전까지는 제가 계획한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절대 모르겠어요... 마치 제 인생을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요.”

우울증은 그저 우울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질환이 아니다

우울증은 현상학적으로 보면 매우 일상적인 모습에서 다양한 순간으로 나타나곤 한다. 자판기 앞에서 무엇을 고를지 도통 못 정하겠어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나의 모습이 어쩌면 우울증을 시사할 수도 있다는 걸 어떻게 상상했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위 보고들은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평가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만약 위와 같은 내적 변화들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자. 약물치료, 인지치료 등이 모두 도움될 것이다.

*‘우울증 증상 이해하기’ 시리즈는 이어서 연재됩니다. 우울증에 대한 생생한 표현들을 더 알아보세요.

우울 증상 이해하기 1. 감정
우울 증상 이해하기 2. 몸과 신체

우울 증상 이해하기 3-2. 내적 변화
우울 증상 이해하기 4. 죽음에 대한 생각

참고문헌

Fusar-Poli P, Estradé A, Stanghellini G, Esposito CM, Rosfort R, Mancini M, Norman P, Cullen J, Adesina M, Jimenez GB, da Cunha Lewin C, Drah EA, Julien M, Lamba M, Mutura EM, Prawira B, Sugianto A, Teressa J, White LA, Damiani S, Vasconcelos C, Bonoldi I, Politi P, Vieta E, Radden J, Fuchs T, Ratcliffe M, Maj M. The lived experience of depression: a bottom-up review co-written by experts by experience and academics. World Psychiatry. 2023 Oct;22(3):352-365. doi: 10.1002/wps.21111. PMID: 37713566; PMCID: PMC1050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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