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원인, 네 가지 생각 습관에서 살펴보기

우울증을 만드는 네 가지 원인

우울증은 우울감과 다르다. 모든 사람은 우울감을 겪는다. 우리 모두 슬프고, 무기력하고, 깊은 좌절감에 빠질 때가 있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집 밖에 나가기 싫고 무기력할 때가 있다. 하지만 또 시간이 지나다 보면 동료의 실없는 농담에 웃기도 하고, 카페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다르다. 우울증은 무기력, 우울감, 흥미 없음 등과 같은 증상들이 최소 2주 이상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살면서 2주 이상 끝없이 무기력하고 우울한 시기를 보낸 적이 있는가? 우울증을 겪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것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모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우울감이 단순히 며칠 만에 끝나는 게 아니라, 2주 이상 지속되는 걸까? 왜 누군가에게는 심지어 그러한 일들이 1년 중 몇 번이고 반복되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우울증을 영속화시키고 지속하도록 만드는지 알아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우울을 악화시키는 네 가지 생각 습관을 알아보자.

우울증 원인 1. 행동 저하를 만드는 회피

“생각 습관이라고 말했으면서 웬 행동 저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울증에서 행동 저하는 생각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우선 신체 활동을 높이는 게 우울증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는 다른 아티클에서도 충분히 많이 다루었다. 한 연구에서는 16주 동안 일주일에 주 2회 이상 달리기를 하는 경우 항우울제를 복용한 것과 동등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을 때 몸을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우울증에 의해 동기가 꺾였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있을 때는 왜 동기가 꺾이는 걸까?

우울증이 있을 때에는 세상을 마주하는 것을 회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은 희망 없다” 혹은 “나는 부족하다”와 같은 생각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실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힘이 없다’고 이야기하곤 하지만(물론 그 또한 정확한 표현이긴 하다), 인지치료자와 함께 자세히 분석해 보면 그 이면에는 “나는 어차피 ‘하루종일’ 우울해서 무기력해”, “그래봤자 ‘결국에는’ 우울할 거야”와 같은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나가봤자 힘들기만 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신체 활동을 회피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회피는 첫째, 신체 활동을 저하시켜 다시 우울을 야기하는 호르몬 불균형을 만들어내게 되고, 둘째, 삶에서 우울 또는 무기력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다른 사건들을 마주할 가능성을 현저하게 줄이게 된다. 그 결과 우울은 더 심해지고, 다시 회피가 이어지고, 그렇게 우울은 영속화된다.

우울증 원인 2. 반추 사고

우울증이 있을 때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우울을 ‘해결’하려고 한다. “내 삶은 대체 왜 이런 걸까?”, “내가 이렇게 느끼는 데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흥미로운 사실은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당사자는 마치 ‘문제 해결’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정작 살펴보면 이러한 생각 습관은 문제를 전혀 해결해 주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만 되새김질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생각 습관을 ‘반추’라고 부른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효용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반추는 분명 수많은 연구들에 의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 습관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추를 하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을 끊임없이 마주하며 우울감이 더 높아지고, 높아진 우울감 때문에 답을 찾아내야 할(하지만 정답은 없는) 질문은 더 많아지고, 결국 또 다시 반추에 더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그렇게 우울은 영속화된다.

우울증 원인 3. 자동적 사고

우울한 사람들은 종종 특정한 형태의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를 자동적 사고라고 부른다. 자동적 사고는 각 질환, 그리고 개인에 따라 다양할 수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왜곡된 시선’, ‘미래에 대한 편향된 시선’ 등이 잘 관찰된다. 흔히 ‘나는 부족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조차 우울증을 앓기 전을 되새겨보면 남들 만큼, 혹은 남들보다도 사회에서 더 잘 역할했을 때가 많다. 즉, ‘부족하다’는 생각은 우울증에 의해 만들어진 생각인 것이다.

우울증이 있을 때에는 다양한 패턴의 편향된 생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생각들은 일종의 색안경으로 작용하여 ‘우울한 나’에게 적합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우울하지 않은 나’에 해당될 수 있는 정보는 철저하게 무시하게 된다. 그 결과,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더욱 ‘우울할 수밖에 없는’ 사람, ‘우울한 사람’으로 규정하게 되고, 그에 따라 우울은 더 심해지고, 색안경의 효과는 더 강해지게 된다. 그렇게 우울은 영속화된다.

우울증 원인 4. 핵심적인 믿음

사실 위와 같은 자동적 사고는 괜히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삶의 경로에서 자신, 타인, 또는 세상에 대해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핵심 믿음’이라 부른다.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핵심 믿음은 흔히 다음과 같다. “나는 실패자다”, “나는 충분하지 못하다”, “나는 사랑 받을 수 없다.”

이러한 믿음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작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의 색안경을 만들어내게 되고, 결국 그 색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우울을 대변하는 정보만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따라서 핵심 믿음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 우울을 부각시키는 자동적 사고는 계속해서 우리 마음속에 나타나게 되고, 그러한 사고를 받아들이면 결국 “그래. 역시 나는 사랑 받을 수 없어”라고 생각하며 핵심 믿음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그렇게 우울은 영속화된다.

우울증을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처럼 우울증이 지속되고 심화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중요한 건 그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우울감에 빠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혼자서도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래. 나가서 달리기라도 하자.” 이런 생각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나가 봤자…”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약물치료를 통해 당장의 우울감을 잡아야 하고,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끊임 없이 우울을 영속화 시키는 생각 패턴을 바로 잡아야 한다.

물론 이러한 일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전 인구의 10~20%가 우울증에 걸리는 지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인 건 분명히 그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과학적이고 근거중심적인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힘들다면 도움을 구하고 우울에서 벗어나자.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이 들 때 시작해야 한다. 나중에는 “해봤자 뭘…”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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