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자동적입니다. 생각은 상징적 효과를 지니기도 하죠. 그런 생각과 거리가 가까울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지요. 이는 애초에 부정확하고, 편향적이며,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생각에 대해 마음이 문제 해결적인 본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을 떠올려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제 다른 대안을 알고 있습니다. 그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생각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지요. 생각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감정도, 감각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회피하지 않습니다. 회피할수록 강해질 뿐입니다. 우리는 고통은 불가피하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텅 빈 마음을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죠. 오히려 기꺼이 경험하면 덜 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평가에 빠지지 않고, 생각을 곱씹으며 반추하지 않고, 개념화된 틀로 이 세상을 해석하지 않고, 그러한 심리적 사건들과 거리를 둔 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자유이지요. 나는 매순간 가치에 따른 선택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치에 따른 선택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이야기할 때 어떤 목표 내지는 결과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의 가치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흔히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저는 돈을 10억 버는 거요.”
“저는 대기업 임원이 되는 거요.”
“1조짜리 사업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제 꿈이에요.”
“제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기부 모금액 10억을 달성하는 일이요.”
하지만 가치는 목표나 결과가 아닙니다. 목표로서의 가치는 매순간의 선택에서 참고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채찍질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패를 가늠하기 위한 비교의 잣대가 됩니다. 목표로서의 가치를 마주할 때면 마음은 늘 문제 해결적인 본능을 불러일으킵니다. “지금 너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았어. 어떻게든 그것을 달성해. 지금의 상황을 바꿔야 해.” 결국 우리는 매순간 마주하는 것들을 기꺼이 경험하지 못한 채, 정신없이 모종의 목적지에 도달하고자 애씁니다. 자연스럽게 생각과의 거리는 더 가까워집니다. 이번에 삶의 주제는 그 목적지를 달성하는 것으로 점철됩니다. 새롭게 관계를 맺어 기꺼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악물고 버티는 것이지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최연소 승진’이라고 가정해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하며 최연소 승진을 위해 애썼습니다. 때론 정말 힘들 때도 있었죠. 그래도 버텨냈습니다. 누구도 달성할 수 없었던 성과가 눈앞에 있으니까요. 자, 이제 그렇게 애써 노력하여 기어코 목표를 달성했다고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이제 나는 무엇에 전념해야 할까요? 이전과 같은 삶의 동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삶에 대한 만족감은 언제쯤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할까요? 잠시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순간 삶의 방향을 상실합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이게 전부인가?” 실제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난 업적을 달성하거나, 학위를 취득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승진을 한 뒤 깊은 무기력이나 우울증에 빠지곤 합니다. 이때 마주하는 심리적 괴로움은 다른 어떤 내적인 고통에 대한 투쟁에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의미하게 이어진 지난한 투쟁에서 승리했을 때 찾아오는 허망함과 방향성의 상실 때문이지요.
가치는 목표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가치는 내가 삶에서 매순간 어디로 향해 있을지, 그 방향에 대한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기”, “유능한 리더가 되어 팀원들을 잘 이끌기”,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하기”,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가 되기”,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 “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주변 사람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기”, “최대 한 많은 경험과 도전들을 해보기.” 이러한 가치들은 그 끝이 없습니다. 결코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나 목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내가 삶에서 어떤 것들을 중요시 여기며 살아갈지 알려주는 나침반에 더 가깝지요. 방향입니다. 이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럴싸하게 지어낸 말장난이 아닙니다. 어떤 것을 얻기 위한 수단도 아닙니다. 그러니 실제로는 어떤 목표를 원하지만 그것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해 가치를 들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그렇다면 가치를 명료하게 하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우리의 가치가 어떤 목표 지점이 아니라 방향 그 자체라면, 우리는 매순간, 지금 당장부터 가치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했던 삶을 먼훗날 언젠가로 미루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기꺼이 가치에 따른 선택을 해나가는 바로 그 순간부터 삶의 주도권은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우울과 불안은 뒷전으로 물러납니다. 물론 그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기꺼이 경험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해나갈 수 있습니다. 매순간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은 아주 큰 기쁨입니다. 이 기쁨은 어떤 목적지나 결과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기쁨은 여정 그 자체에서 옵니다. 가치는 매일매일의 삶에 대한 문제이며, 순간순간의 선택에 대한 문제입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더라도 남에게는 관대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는 저의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리고 저는 삶의 매순간에 그러한 선택을 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식당에서 종업원이 실수를 합니다. 주문이 잘못 들어가고 음식은 늦게 나옵니다. 저는 짜증이 납니다. 화날 일이지요. 저는 투덜거리며 불만을 털어놓고 시정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그런 팝콘도 떠오릅니다. 화나는 감정도 느껴집니다. 저는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에 강하게 반응하지 않고 이를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 그 찰나에 저의 가치에 맞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요. 화나는 감정, 부정적인 생각, 모두 기꺼이 함께 하면서도 저는 종업원의 실수를 이해하고 그의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한 가벼운 한 마디를 건넬 수도 있습니다.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거창한 결과물이 나 종착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이 가치가 결코 어느 한 지점에서 끝나지도 않습니다. 저는 매순간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선택할 뿐이고, 그 결과 매순간 제가 원하는 형태의 삶의 모습을 영위할 수 있을 뿐입니다.
언젠가 가까운 지인이 이를 “삶에 대한 미적지근한 태도”가 아니냐고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조짜리 정신건강 회사를 만들겠어”가 아닌 “나는 매순간 사람들이 더 나은 정신건강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전념하겠어”라는 말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처럼 들린다고요.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전자처럼 생각했을 때 사람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반추하고, 불안해하고, 주춤거립니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그 과정이 지난하게 길어지면 지쳐 떨어지기도 하죠.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매순간 자신에 가치 맞는 선택들을 하고 그에 전념합니다. 어떤 종착지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괜찮습니다. 내가 할 일은 매순간 가치에 전념하고 투신하는 것뿐입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그 방향으로 향해 있는 데에 전념할 뿐입니다. 물론 힘들겠지요. 하지만 삶은 원래 고단한 것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통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꺼이 경험할 뿐입니다. 이는 전혀 미적지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도전적이고, 행동지향적이지요.
사람들은 때론 기적을 기대합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처럼 깊은 수렁에 빠진 경우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금방 큰 성취를 만들었으면 좋겠고, 별안간 새로운 세상에 선 것처럼 모든 것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결과나 목표가 보이지 않으면 쉽게 좌절하곤 합니다. 기적을 기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가치는 어떤 이상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가는 길은 일직선 도로가 아닙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또 가치를 향해 나아가며 마주하는 장애물들을 해결하다 보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입니다. 늘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늘 올바른 길로만 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북극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가끔씩은 동쪽으로, 서쪽으로 걷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매순간 북쪽으로 가기로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기적을 기대하는 마음, 현실이 그렇게까지 완벽하지 않다는 마음, 마음속에 어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온전히 ‘지워지지’ 않았다는 마음, 그 모든 생각들은 하나의 심리적 사건일 뿐입니다. 그것을 알아차렸다면 나는 생각과 거리를 두고 우직하게 매순간 북쪽과 더 가까운 선택들을 해나가면 됩니다.
디스턴싱에서는 목적지와 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가치는 매순간 선택하는 방향입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마음속에 떠올랐을 때 잠시 거리를 두고 이를 알아차린 후 거부하지 말고 기꺼이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런 나의 가치를 향해 방향을 전환하시길 바랍니다. 선택은 지금 여기, 매순간에 있습니다. 나는 매순간 나의 가치에 맞는 선택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삶은 먼훗날 그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심리적인 괴로움이 떠오르는 이 순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 순간, 깊은 무기력감을 느끼는 이 순간부터 완성될 수 있습니다.
가치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대한 것입니다. 가치에 따른 삶의 풍요로움을 지금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