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의 위험인자와 보호인자
2025-06-15
6/15/2025 8:39 PM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의 치료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정신질환의 예방이다. 정신적인 어려움이 발생했다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게 마땅하지만, 처음부터 질환으로 진행하는 경과를 예방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그 질환의 발병을 부추기는 위험인자와, 반대로 이를 막아주는 보호인자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의 위험인자와 보호인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임상심리학 저널인 Clinical Psychology Review에 정신질환의 위험 및 보호 요인을 총망라하는 유용한 연구가 게재되어 있다. 바로 ‘젊은 연령층에서 정신병리와 관련된 범진단적 위험 및 보호 요인에 대한 체계적 분석(A systematic review of transdiagnostic risk and protective factors for general and specific psychopathology in young people)’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연구진은 기존에 축적된 41편의 연구를 종합 분석하여, 25세 미만의 젊은 인구에서 정신질환의 위험을 높이거나 낮추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그리고 우울증, 불안 장애와 같은 개별 진단 단위로 나누기보다 ‘정신질환’ 또는 ‘정신병리’라는 큰 틀로 묶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아래의 위험인자 7가지와 보호인자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사회·환경적 위험인자

1. 스트레스 사건

사람은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크고 작은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 사건은 전반적인 정신병리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 규명된 바 있다. 대표적인 스트레스 사건으로는 가정폭력, 성폭력, 집단 따돌림, 부모의 이혼, 가족과의 사별, 실직 등이 있다.

2. 부모의 정신질환

부모가 정신질환을 앓았던 이력이 있는 경우, 자녀의 정신질환을 높이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어머니의 우울증은 자녀의 우울 및 불안과 연관이 높은데, 이는 유전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양육 태도 및 의사소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 학창 시절 비행, 낮은 학업 성취도 및 위험한 성행위

학창 시절 음주, 흡연 등의 비행은 성인기에 충동성과 행동 문제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학업 성취도가 낮거나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맺는 사람은 정신건강 어려움을 경험할 위험이 높았다.

심리적 위험인자

4. 부정적 정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 있는 반면, 부정적 정서가 강한 사람이 있다. 이러한 경우, 살아가면서 남들보다 스트레스, 슬픔, 분노를 쉽게 경험하고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신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5. 반추하는 경향

반추란 과거의 부정적인 사건이나 결점 등을 반복적으로 곱씹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이처럼 반추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은 우울과 불안에 노출되기 쉽다.

6. 자제력 부족

매사에 자제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충동성이 강한 사람은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7. 낮은 외향성

외향성이 부족한 사람 중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경우가 있는 한편, 대인관계에서 부담을 느끼고 사회적 회피의 의미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라면, 정신건강의 필수 요소인 정서적 유대와 사회적 지지가 결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환경적 보호인자

1. 따뜻한 양육 방식

자라나면서 부모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따뜻함을 느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낮다. 긍정적인 가정 내 환경은 특히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2. 사회적 지지

주변 사람들 또는 지역 사회 내 정서적 유대감과 지지가 강할수록 전반적인 정신병리의 위험을 낮춘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을수록 그 보호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보호인자

3. 이타적 행동

평소 주변 사람을 잘 도와주는 이타적 성향을 가지고 있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정신병리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행위는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외로움을 해소하고 대인관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도 한다.

4. 인지적 재평가

인지적 재평가란, 회피와 정반대되는 사고방식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단순히 피하려고만 하는 회피와는 다르게 인지적 재평가는 이를 조절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함으로써 부정적인 정서를 감소하는 전략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부정적인 경험을 재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정서적 고통이 평균보다 낮다.

5. 높은 외향성

낮은 외향성이 정신질환의 위험인자라면, 높은 외향성은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사회적 교류가 활발하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경우, 우울과 불안의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아진다고 한다.

지금까지 정신질환의 다양한 위험 및 보호 요인을 살펴봤다. 이들 중에서는 특히 수정 가능한 요인에 집중해야 한다. 예컨대, 성인이 된 상태라면 과거 부모의 양육 방식이라든지 가정 내에서 소통하는 방식은 이미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를 바꿀 방도가 없다. 하지만 다양한 심리 요법을 통해서 반추하는 성향을 줄인다거나 부정적인 경험을 회피하기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재평가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겠는가.

흥미롭게도 보호인자에 해당하는 대부분은 디스턴싱을 비롯한 심리치료에서 주된 목표로 삼는 요소들이다. 인지적 재평가는 인지행동치료, 수용전념치료, 마음챙김 등의 근간이고, 행동활성화는 기본적으로 외향적이지 않더라도 활동 수준을 높여나가는 작업이다. 최근에는 이타적 행동 또한 자비중심치료 등에서 섬세하게 다루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정신건강을 가꾸어나갈 기회가 충분히 많다.

참고 문헌

Lynch SJ, Sunderland M, Newton NC, Chapman C. A systematic review of transdiagnostic risk and protective factors for general and specific psychopathology in young people. Clin Psychol Rev. 2021;87:102036. doi:10.1016/j.cpr.2021.10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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