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편향: 우울 증폭 매커니즘
2025-06-04
6/4/2025 10:04 PM

스스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는가?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생각은 결코 정확하거나 객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매우 자동적이다. 특정한 방식으로 치우친 다양한 편향(bias)이 작동하고 있다. 설령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고정관념(stereotype)은 편향의 일종이다. 세상 모든 일을 섬세하게 판단하다간 뒤쳐지기 십상이다. 무엇이 가장 효율적일까? 고정관념을 만들어두고, 그 틀로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다. 반사적이고, ‘비교적’ 정확하다. 생존에 빠른 의사결정은 필수적이다. 진화는 우리에게 편향적인 마음을 심어두었다.

편향은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특히 ‘부정편향(negativity bias)’이 중요하다. 부정편향은 긍정적인 자극보다 부정적인 자극을 우선으로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인 Scientific Reports 2024년 5월호에 이러한 부정 편향을 다룬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된 적이 있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에서 표정에 대한 주의 편향과 우울증 심각도의 연관성의 시선 추적 연구(Eye-tracking evidence of a relationship between attentional bias for emotional faces and depression severity in patients with treatment-resistant depression)’라는 논문이다.

제목이 다소 장황하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겁먹지 말자. 연구진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54명에게 감정이 담긴 얼굴(웃는 또는 슬픈 얼굴)과 표정이 없는 중립적인 얼굴이 짝을 이룬 이미지를 연속으로 제공했다. 54명의 연구 참가자는  주어지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보도록 지시받았다. 이때 연구진은 참가자의 시선을 추적해 감정이 담긴 얼굴과 중립적 얼굴을 바라본 총 시간을 측정하여 어느 쪽에 더욱 집중했는지 관찰했다. 마지막으로 우울 평가 척도를 사용해 우울 증상의 심각도를 측정하였고, 최종적으로 주의 편향과 우울 심각도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감정이 담긴 얼굴에 대한 주의 편향과 우울증 심각도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관찰되었다. 우선 웃는 얼굴과 무표정의 얼굴이 주어졌을 때, 우울 점수가 높을수록 웃는 얼굴에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증상이 심각할수록 행복한 얼굴을 외면했던 것이다. 반대로 슬픈 얼굴과 중립적 얼굴이 쌍을 이룬 경우에는 중증도가 높을수록 슬픈 얼굴을 더욱 오래 바라보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정리하자면, 우울증이 심할수록 긍정적인 자극을 외면하고 부정적인 자극을 우선으로 처리하는 주의 편향이 두드러졌다. 다만, 본 연구는 우울증으로 진단받지 않은 대조군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다소 제한적이다.

예상 가능하듯, 연구 결과는 우울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정 편향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정 편향은 사고뿐만 아니라 시각적 자극을 받아들이는 과정에도 작용함으로써 기쁜 얼굴보다 슬픈 얼굴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도 그럴싸한 설명이 가능하다. 감정 처리를 관장하는 영역인 편도체(amygdala)가 우울증 환자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도체의 과도한 반응은 행복한 자극을 회피하고 슬픈 자극에 집중을 유발함으로써 부정적인 정서를 강화한다. 반면 우울증에서는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보상 회로의 활성도가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자극이 덜 흥미롭고 가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문제는 이 부정편향이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우울하면 부정적인 부분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부정적인 부분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니 더 우울해진다. 더 우울해지니 더 부정적인 부분만 보인다. 몇 번의 사이클만 돌면 금새 임상적인 우울증에 도착할 수 있다.

이 결과는 두 가지 교훈을 알려준다:

- 첫째, 주의력을 통제하는 훈련이 도움된다(예, 호흡명상).

- 둘째, 편향적인 주의를 알아차리고, 내면과 거리를 둔 채, 놓치고 있는 요소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번째 과정을 탈중심화한다(decentering), 내면과 탈동일시한다(disidentification), 거리를 둔다(distancing)고 말하기도 한다.

어렵다면 이것 한 가지만 기억해보자. “지금 내가 보는 세상은 우울증의 편향적 시선에 의해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우울의 선글라스 밖의 세상을 보기로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는 이 지독한 악순환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참고 문헌

Imbert L, Cécilia Neige, Rémi Moirand, et al. Eye-tracking evidence of a relationship between attentional bias for emotional faces and depression severity in patients with 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Scientific Reports. 2024;14(1). doi:https://doi.org/10.1038/s41598-024-62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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