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물 치료, 정말 필수적일까?

우울증 약물 치료는 정말 필수적일까?

우울증이 깊어져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는 포인트가 ‘약물치료’다.
한번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다신 못 끊을 것 같다거나 부작용이 너무 심할 것 같다는 생각은 우울증의 약물치료에 대한 대표적인 공포증이다. 그렇다면 우울증에서 약물치료는 정말로 중요한 걸까? 중요하다면 왜 중요한 걸까? 중요하지 않다면 왜 중요한 걸까? 이번 아티클에서는 우울증의 약물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우울증 약물 치료가 중요할 때, "화력이 필요한 시점"

약물치료가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다. 우울증에 대해 수많은 접근법이 있지만 아직까지 약물치료 만큼 많은 근거를 축적한 방법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울증 약을 먹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약물이 그토록 효과적이었다면 미국 인구의 20%가 약물치료를 받는 현 상황은 초래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약물치료가 왜 중요할까?

우울증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기분 조절이 잘 되어야 하고, 에너지가 높아져 활동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생각과 거리를 두고 왜곡되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우울증 약물은 이 모든 것을 촉진시켜주는 기폭제라고 할 수 있다.

가령 행동 수준을 높여서 무기력을 극복하도록 하는 행동활성화 기법은 매우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치료의 가장 역설적이면서도 어려운 측면은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무기력해서 찾아왔는데 일단 몸을 움직이라니. 증상 자체가 솔루션이 되버린 꼴이다.

이러한 순간에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떨어진 기분과 신체 에너지를 다시 올려준다. 일단 그 수준에 이르게 되면, 그 변화를 동력으로 더 장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쉽다. 일단 바퀴가 돌아가도록 만들면 이후에는 더 많은 방법들을 통해 바퀴가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우울증의 대표적 비약물치료인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우울증의 증세가 심하면 생각을 다루기 전에 행동을 먼저 변화시키라고 말한다. 하지만 행동조차 변화시키기 어려울 때도 많다. 약물치료는 그 순간에 큰 도움을 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일 때 우울증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우울증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일상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약물치료는 그 순간 큰 도움을 준다

우울증 약물 치료가 중요하지 않을 때, "변화가 필요한 시점"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에 걸린 한 사람이 끊임없이 우울을 만들어내는 삶의 패턴을 고수하고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약물치료를 통해 우울 증상을 완화하더라도 고질적인 패턴이 바뀌지 않으니 우울증은 재발하고 말 것이다. 물론 우울증 약이 ‘생각’ 자체를 바꾸고 ‘행동 패턴’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보고도 있지만, 그럼에도 삶 속에서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며 다시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치료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그러한 치료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한 뒤, 이를 변화시키는 연습을 제공한다. 우울증에서는 흔히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선을 변화시키고, 무기력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회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자신이 삶에서 중요시 여기는 가치를 명료하게 한 뒤, 이에 더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약물치료만으로 달성될 순 없는 것이다.

약물치료 후에 생각을 다루는 인지행동치료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약물치료를 우울 증상을 완화하더라도, 우울을 만드는 고질적인 생각 패턴이 바뀌지 않으면 우울증은 재발할 것이다. 이럴 땐 생각과 거리를 두는 인지행동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 치료, 나에게 맞는 조합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

결국 나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합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거에 기반한 분류는 아니지만 흔히 증상별로 다음과 같은 치료들을 추천한다.

  • 경증: 삶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늘리도록 하는 행동활성화, 마음챙김, 기타 이완요법 등을 활용한 비약물치료
  • 중등도: 본격적인 인지행동치료와 필요에 따른 약물치료
  • 중증: 필수적으로 약물치료를 동반하며 자신의 상황에 맞는 비약물치료 병행

우울증이 찾아오면 스스로에 대한 객관성을 잃기 마련이다. 내가 어느 상황이고, 나에게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평가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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