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성향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신건강을 이야기할 때 완벽주의는 늘 하나의 위험 요소로 거론되기 마련이다. 엄격한 기준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나 현실의 상황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심한 심리적 압박과 고통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완벽주의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반추하는 성향, 그리고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정신적인 어려움과 깊이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완벽주의자는 행복할 수 없는 걸까? 대표적인 임상심리학 학술지인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완벽주의는 항상 해로울 걸까?(Is Perfectionism Always Unhealthy? Examining the Moderating Effects of Psychological Flexibility and Self-Compassion)’라는 논문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완벽주의자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본 연구는 완벽주의 성향 및 전반적인 정신건강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둘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심리학 수업을 듣는 677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참가자는 온라인으로 자기 보고식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독립 변수인 완벽주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완벽주의 척도를 사용했는데, 이는 실수에 대한 걱정, 타인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 반추 성향 등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정신건강을 대변하는 결과 변수로는 삶의 질, 심리적인 고통, 그리고 우울·불안·스트레스가 포함되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의 심리적 유연성(psychological flexibility) 및 자기연민(self-compassion)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
연구진은 완벽주의 척도 점수를 바탕으로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높은 완벽주의 그룹에 속한 참가자는 동일하게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까? 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심리적 유연성과 자기연민이 완벽주의 성향으로부터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완충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높은 심리적 유연성이 완벽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히지 않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한다.
완벽주의자도 행복할 수 있다. 심리적 유연성과 자기연민을 기르면, 완벽주의 성향의 장점을 활용하여 오히려 더욱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 여기서 심리적 유연성을 기른다는 건, 생각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며 생각으로부터 받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흔히 수용전념치료(ACT)나 마음챙김기반치료(예, MBCT)에서 많이 진행하는 작업이다. 한편 자기연민을 기른다는 건 자신과 타인에 대해 수용적이고 용서하는 마음을 함양하는 작업을 뜻하며, 흔히 자비중심치료(CFT)에서 많이 진행된다.
핵심은 동일하다. 생각과 거리를 두고, 주의를 나의 가치에 맞는 곳으로 전환하며, 삶을 앞으로 이끌어나가는 것. 완벽주의자도 예외는 아니다.
Ong CW, Lee EB, Petersen JM, Levin ME, Twohig MP. Is perfectionism always unhealthy? Examining the moderating effects of psychological flexibility and self-compassion. J Clin Psychol. 2021;77(11):2576-2591. doi:10.1002/jclp.23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