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갑상선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혈액검사나 초음파를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갑상선은 목의 앞부분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 기관이다. 무게는 약 15~20g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지만,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 중 하나다. 갑상선 호르몬은 혈액을 통해 온 전신에 작용해 체온과 심박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갑상선의 기능이 떨어져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에너지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피로해지고 체중이 증가하고, 체온 조절에 문제가 생겨 쉽게 추위를 느끼고 손발이 차가워지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이러한 상태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갑상선 호르몬이 비단 신진대사를 비롯한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신의학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JAMA Psychiatry에 2021년 9월 자로 관련 연구가 게재되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우울증의 연관성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 분석(Association of Hypothyroidism and Clinical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이라는 논문이다.
연구진은 제목 그대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축적된 선행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연구 방법을 채택했다. 총 25개의 연구와 35만 명에 가까운 성인 참가자를 분석 대상에 포함시켰다. 참가자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는 군과 갑상선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는 대조군으로 나눴고, 두 그룹 간에 임상적으로 우울증으로 진단받게 될 위험이 다르게 나타났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 결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는 사람은 정상군보다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약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 이상과 더불어 증상을 호소하는 ‘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증상이 있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만 따로 계산한 경우에는 약 1.8배로, 발병 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성별에 따른 연관성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었다. 참가자를 성별로 나눴을 때, 남성에서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우울증 사이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우울증 발생 위험이 1.48배로 더욱 두드러졌다. 더 나아가 20~30대의 젊은 층에서 연관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나이에 따라 점점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한 게 우울증과 무슨 상관인 걸까? 우울증에서 우울한 기분과 의욕 저하, 집중력 부족 등의 다양한 정신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피로, 무기력감, 체중 증가 등의 신체적 증상 역시 진단기준에 포함되어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피로, 무기력감 등의 우울 증상을 직접 유발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갑상선 호르몬은 뇌의 발달과 기능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에도 변화가 생겨 우울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의 경우, 갑상선 호르몬과 에스트로겐이 서로 대사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여파가 더더욱 증폭되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건강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다. 우울 증상으로 외래에 내원하거나 병동에 입원하게 되면 보통 갑상선 기능 검사를 시행하는데, 환자 본인도 모르고 있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때 항우울제와 갑상선 호르몬제를 병행하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건강검진 기록지에서 갑상선 수치를 그냥 지나치진 않았는가? 앞으로는 건강한 마음을 위해 갑상선 기능검사 결과도 눈여겨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Bode H, Ivens B, Bschor T, Schwarzer G, Henssler J, Baethge C. Association of Hypothyroidism and Clinical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MA Psychiatry. 2021;78(12):1375-1383. doi:10.1001/jamapsychiatry.2021.2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