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있어 행동 변화는 중요하다. 힘든 마음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관계를 다시 쌓아올리기 위해 애써야 할 때도 있고, 직장에서 업무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도 있고,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본적인 일상 생활 먼저 챙겨야 할 때도 있다. 행동이 변화하면서 마음이 회복된다고 하면 “다시 취업에 성공하기”, “이혼으로 관계 끝내기” 등과 같이 제법 거청한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때론 “매일 아침 쓰레기 하루 시작 전에 쓰레기 버리고 오기”와 같은 사소한 행동도 정신건강에 제법 큰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하지만 역시나 단순한 행동을 그저 반복한다고 삶이 바뀌는 건 아니다. 삶이 바뀌고, 마음이 변하고, 어떤 성취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전략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지수적 행동'을 하는 것이다. 지수적 행동의 반대말은 '선형적 행동'이다.
노력 대비 결과의 효율 관점에서 행동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선형적 행동이다(그림 1). 이는 같은 노력을 투입하면 같은 수준의 결과가 만들어지는 행동을 뜻한다. 물론 대부분의 행동이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더 잘하게 되고, 그러면 요령이 생기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나아가지만, 그래도 그 정도가 약한 행동들이 있다.
두 번째는 지수적 행동이다(그림 2). 이는 처음에는 노력 대비 결과가 초라할지라도, 지속하다 보면 점차 그 효율이 높아져 시간이 지나면 같은 노력을 들여도 더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행동을 뜻한다. 무언가를 쌓아나가고, 학습해나가고, 더 개선되며 삶의 레퍼토리나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는 행동들이 주로 이에 해당한다.
우선 그리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개념적 이해와 재미를 위해 가볍게 예시를 한 가지 살펴보자. 사람들은 종종 주식 시장에서 거대한 수익을 빠르게 원한다. 그렇다 보니 소위 '단타'라는 작업에 많이 뛰어든다. 단타는 짧은 시간 내에 구매하고 판매하는 것을 반복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주식 시장이야 워낙 변동성이 있으니 그 사이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만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단타를 위한 나의 지적 능력과 감각은 생각보다 쉽게 함양되지 않는다. 주식은 환경, 경제, 정치, 사건사고 등 온갖 정보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흐름 속에서 적절한 매도, 매수 타이밍을 찾아낸다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이는 대부분 운에 기반할 때가 많다. 오죽하면 그 엄청난 알고리즘조차 단타 머신으로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물론 단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이익을 취할 때도 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내가 투입하는 노력 대비 효율은 그다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때론 일부 사람들은 그간 익혔던 '그럴싸하게 차트를 해석하는 법'을 주식에 적용시키기보다, 이것을 통해 강의, 강연, 책 등을 통해 주 수입을 만들기도 한다. 결국 단타는 선형적 행동이었다.
반면에 워렌 버핏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60년 간 연 평균 수익률을 20%나 낼 수 있었던 걸까? 그는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데에 몰두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은 내버려두고, 시장 환경 대비 기업의 가치가 충분한지를 읽어내는 능력에만 집중했고,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이어나갔다. 그 방향에 대한 굳은 신념만 있다면, 이 능력은 그래도 단타 능력보다는 훨씬 더 건설적으로 함양될 수 있다. 그 안목과 감각이 늘어감에 따라 그는 보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었고, 몇 십 년 즈음 지나니 그는 업계에서 '현인'의 위치에 도달해있었다. 그의 가치 투자는 지수적 행동이었다.
정신건강에서의 행동 변화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선형적 행동에 기반해 삶을 바꾸려고 애쓸 때가 많다. 당장의 만족스럽지 않은 기분을 회피하거나 임시로 줄여나가는 식의 행동에만 몰두하는 식이다. 일부 경우에서 약물치료도 비슷한 성격이 있다. 잠깐, 참고로 의학을 공부한 나는 약물치료의 열렬한 지지자다. 약물치료는 분명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그저 부정적인 감정을 약물로서 억누르는 데에만 집중하곤 한다. 그렇다 보니 불안이 놓아지면 안정제를 먹고, 또 어찌어찌 버텨내가다가, 또 불안하면 안정제를 먹고 하는 삶만 10년 넘게 반복하게 된다. 결국 약물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삶이 되거나,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약물이 필요하게 된다.
삶이 변하려면 반드시 지수적 행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가치에 기반해 그 방향에 따라, 아주 기본적인 행동들을 먼저 단계적으로 하도록 하며, 그것이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초반에는 물론 힘들고 아무런 의미 없어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점차 그것이 정적 강화로 작용하며 자신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기분이 조금씩 좋아지게 되면 그때부터는 지독한 정신건강 문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추진력이 생긴다.
어려울 것 없다. (1) 내가 정말로 중시하는 게 무엇인지 자신이 믿는 방향을 확실히 하고, (2) 단순히 결과를 내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학습하고 더 익숙해지면서 더 잘 해나갈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고, (3) 행동을 하나의 실험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시도해보고 잘 되지 않았다면 나의 가설 중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분석하여 그 다음의 행동에 반영해나가기로 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내 머릿속의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꼭 사실은 아니었다는 것, 생각보다 내게는 잠재성이 더 있었다는 것, 하루종일 지속되는 것 같아 보였던 기분도 자세히 관찰해보면 30초 정도 뒤면 또 다른 성질과 느낌을 지니도록 바뀌어나간다는 것, 그래서 거기에 그리 영향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 등 여러 가지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 문제도 마찬가지로 욕심 부리며 어떤 유토피아를 찾지 말고 정도를 걷자. 제대로만 걸어나가면 곧 삶에는 추진력이 생겨나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