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사람들의 언어 습관
2025-05-08
5/8/2025 11:07 AM

의사소통에는 두 가지가 있다. 언어적 소통과 비언어적 소통. 언어적 소통은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과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반면 비언어적 소통은 표정, 자세, 제스처 등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언어를 통해 소통한다는 특징이 있는 만큼, 말과 언어는 사람을 파악하고 판단하기도 하는 중요한 지표다.

사람의 언어를 결정짓는 수많은 요소가 있다. 나이, 성별, 고향, 학력, 직업 등의 인구학적 요소는 물론이고, 기질과 성격부터 그날의 기분까지 다양한 정신적인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예전부터 언어와 정신상태의 상호작용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AI와 전산언어학의 발전에 힘입어 관련된 연구가 큰 비약을 보이고 있다. 관련하여 국제적인 임상심리학 저널인 Journal of Psychopathology and Clinical Science에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는데, 바로 ‘우울증과 불안 장애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유의 언어 패턴을 지닌다(Depression and Anxiety Have Distinct and Overlapping Language Patterns: Results from a Clinical Interview)’라는 논문이다.

본 연구에는 총 486명의 성인이 참가했는데, 여기에는 주요 우울 장애로 진단된 우울 그룹, 범불안장애로 진단된 불안 그룹, 그리고 질환이 없는 대조군이 포함되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면담을 진행했고, 참가자가 한 말을 텍스트로 옮긴 뒤 머신 러닝을 적용해 언어를 통해 우울과 불안을 예측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 그룹과 불안 그룹에서 각기 고유의 특징이 관찰되었으며 두 그룹이 공유하는 특징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한 사람과 불안한 사람 모두 ‘나’에 집중했다.

우울 그룹과 불안 그룹 모두 1인칭 단수 대명사의 사용이 잦았다. 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나” 중심적인 언어가 두드러졌는데, 이러한 현상은 자신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적 상태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배고픔이나 통증과 같은 생리학적 현상이나 “느껴진다,” “보인다” 등의 감각 경험과 관련된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반대로 “나”와 상반되는 외부 세계에 대한 언급은 비교적 적었는데, 대조군보다 업무나 대인관계와 관련된 단어가 등장하는 빈도가 낮았다. 더 나아가, 부정적인 감정 단어 사용이 잦았다. 예를 들어 슬픔, 불안, 스트레스를 직접 언급하거나 이와 연관된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정리하자면, 우울과 불안에서 나타나는 언어는 공통으로 부정적인 색채를 띠며 그것이 자기 자신을 향했다.

우울한 사람은 슬픔과 관련된 단어 사용이 많았다.

부정적인 감정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울증으로 진단된 사람은 그중에서도 특히 슬픔과 관련된 단어 사용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슬프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하고 “낮다,” “외롭다”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대조군뿐만 아니라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보다도 더욱 두드러졌다. 반대로 “기쁨,” “행복,” “사랑” 등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는 잘 등장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부정적인 정서가 지배적이며 긍정적인 정서가 결여되어 있다는 의미다.

불안한 사람은 질문형 표현이 많고 부정형 표현이 적었다.

불안 그룹의 특징은 “무엇,” “어떻게,” “왜” 같은 질문형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불안 장애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반복적이며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인지적 패턴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대조군에 비해 부정형 표현의 사용이 감소했다. 자신의 어려움을 돌려서 말하기보다는 직접 표현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인데, 예컨대 “나는 편안하지 않다”라고 회피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나는 불안하다” 처럼 직설적인 방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불안 그룹에서는 단순히 “슬픔”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긴장,” “걱정”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비교적 폭넓게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알 수 있듯, 언어는 그 사람의 기분과 불안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정신상태와 아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나 자신이 생각하고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자 유용한 도구인 것이다.

참고 문헌

Stade EC, Ungar L, Eichstaedt JC, Sherman G, Ruscio AM. Depression and anxiety have distinct and overlapping language patterns: Results from a clinical interview. J Psychopathol Clin Sci. 2023;132(8):972-983. doi:10.1037/abn0000850

지금 변화를
시작하세요

3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참여한 후에도
변화가 느껴지지 않으신다면 비용 전액을 돌려드립니다.
디스턴싱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