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연구들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우울증을 예방하고, 심지어는 치료한다고 한다.
디스턴싱 아티클에서 비슷한 연구를 다룬 적이 있었다. 16주 동안 주 2회 이상 달리기를 하니 항우울제와 비슷한 효과를 보였던 것이다. 이 얼마나 단순하고 명료한 연구인가.
자, 이제 우울한 모든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시키자. 국가적으로 달리기 그룹을 운영하고 지원하고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보상하자.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울한 사람들은 몸을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되는 사실을 전해 들어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동기가 부족해서 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울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에는 조금 더 복잡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인지행동치료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편향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하루종일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인지치료사들은 행동을 촉진시키며 이러한 생각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정말 하루종일 무기력해서 그런 것인지 관찰해 볼까요?”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이 우울증이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하루종일 무기력해서 움직일 틈이 없는 것도,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차리게 된다. 치료사는 그런 지점을 조금씩 밝혀내며 행동 변화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서 편향된 시선 이면에는 더 복잡한 문제들이 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특정한 기억과 관련하여 좋지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부모로부터 냉랭한 대우를 받았거나, 인간 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았거나, 큰 실패를 경험했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그런 경험을 한 경우에는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기 마련이다.
“나는 부족해”, “나는 가치 없어”, “나는 안 될 거야.” 이와 같은 생각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사람들은 이내 행동 반경을 좁히게 된다. 어떠한 도전을 하든,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든, 운동을 하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마주하기 두렵기 때문이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이와 같은 패턴을 ‘회피’라고 부른다.
회피는 얼핏 보면 부정적인 경험을 할 확률을 줄여주어 안정감을 주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점차 삶의 반경을 좁히며 스스로를 부정적인 생각에 갇히도록 만든다. 이렇게 보면 우울한 사람들에게 왜 그저 ‘몸을 움직이면 됩니다’, ‘운동하세요’와 같은 말을 전하고, 운동 프로그램을 권하는 게 만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옳지 못한지 이해가 된다. 그들이 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지, 그들의 마음에는 어떤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행동 변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지행동치료의 창시자 Aaron T. Beck은 “행동활성화 또한 결국은 그 이면에 어떤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생각을 다루는 작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초기에 이러한 접근 ‘인지치료'라고 명명하였다.
현대 정신의학은 많이 발전하였다. 뛰어난 약물도 있고, 효과적인 행동 기법도 있다. 하지만 마음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기계적으로 약이나 잘 먹어라, 몸 좀 움직여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진정한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스턴싱 팀은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이해하도록 만들고, 또 자신의 인지 체계에 대해 잘 대처하는 법을 직접 익히도록 만드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생각과 거리를 두고, 다시 자신이 원하는 삶의 가치로 나아가는 변화를 만들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