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경험하기 마련이다. 힘든 일이 연달아 생기거나 아무도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외로움은 명확한 원인이 있으며 그 원인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그러나 때로는 외로움이 쉽게 가시지 않고 만성화되어 마음을 괴로움에 빠뜨리기도 한다. 만성적인 외로움은 다양한 정신과적 증상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우울증과의 연관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외로움은 어떤 기전을 통해 우울 위험을 키우는 것일까? 세계적인 학술지 Nature Mental Health에 2025년 1월 자로 소개된 연구는 외로움과 우울증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로서 반추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외로움에 대한 반추와 우울증 간의 연관성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A network analysis of rumination on loneliness and the relationship with depress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연구진은 외로움, 우울, 그리고 반추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탐색하기 위해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이라는 통계 기법을 채택했다.
본 연구에는 총 900명의 성인 남녀가 포함되었다. 참가자는 평소 느끼는 외로움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척도 설문지에 응답하였으며, ‘반복적인 부정적 사고(repetitive negative thinking)’을 평가하는 문항을 통해 반추적 사고를 평가했다. 또한 우울증 건강설문(PHQ-9)이라는 자기 보고식 설문지를 통해 참가자의 우울 증상을 파악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기법을 적용하여 외로움, 우울, 그리고 반추 간의 직·간접적 관계를 분석하고자 했다.
이전에 알려진 바와 같이, 외로움이 클수록 우울 증상도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외로움과 우울은 직접 연결되기도 했지만, 전체 연관성의 절반 이상이 반추를 매개로 한 간접적 경로를 통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에서 반추가 외로움과 우울 증상을 연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외로움이 반추적 사고를 키우고, 반추적 사고가 또다시 우울 증상을 유발하는 구조가 확인되었다. 외로움의 세부 항목 중에서도 ‘나는 소외감을 느낀다’는 생각이 ‘부정적인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라는 양상의 반추적 사고와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더 나아가, 반추 척도 중 ’나는 문제를 계속 곱씹는다’라는 항목과 우울 설문지의 ‘나는 항상 슬프게 느껴진다’라는 항목 역시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반추가 외로움과 우울 증상을 연결하는 튼튼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것이다.
연구진은 반추를 중심으로 일종의 악순환(self-reinforcing cycle)이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나는 소외감을 느낀다’라는 형태 등의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 곱씹으며 멈추기가 어려운 반추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울한 기분이 더욱 악화되고 사회적 고립이 심화됨으로써 다시 외로움이 강화되는 형태의 악순환인 것이다. 따라서 우울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외로움을 경감시키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반추적 사고를 줄이는 것이 외로움과 우울의 근본적인 연결고리를 끊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단지 외로움뿐만 아니라 분노, 두려움, 자기혐오 등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도 반추의 소용돌이에 들어가게 되면, 이를 머금은 소용돌이가 마음을 휘젓고 다니며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외로움과 우울감으로 힘든 상황이라면, 마음과 거리를 두고 반추의 소용돌이가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는지 관찰해보자.
Luo J, Nichol, Zhang R, et al. A network analysis of rumination on loneliness and the relationship with depression. Nature Mental Health. Published online December 19, 2024. doi:https://doi.org/10.1038/s44220-024-00350-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