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에 대한 모든 것: 원리, 진단, 치료

불면증의 원리, 진단, 치료의 모든 것

어느날 밤, 당신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침실로 향합니다. 잠을 잘 못 자게 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그저 걱정거리가 있거나 앞으로 있을 중요한 일들에 대해 생각할 뿐이죠.

“그 일은 어쩌지…”
“이번주에 있을 평가 시험, 잘 쳐야 하는데…”
“이틀 뒤에 중요한 발표가 있었지.”

하지만 이상하게 눈이 말똥말똥하네요. 그리고 잠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들기 시작합니다.

“왜 잠이 안 오는 거지?”

결국 뒤척이다가 휴대폰을 봐요. 그리고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죠. 잠을 자보려고 애쓰지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아요. 그럴수록 오히려 ‘잠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어요.

“왜 잠이 안 오지? 양이라도 세어볼까…”

어라?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요. 벌써 아침이네요. 컨디션은 좋지 않아요. 언제 잠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밤에 많이 뒤척였기 때문이겠죠.
우선은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해요. 조금 피곤한 것 같고 예민하기도 했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요.
그리고 밤이 다시 오네요. 당신은 생각하죠.

“어제 잠드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 거의 한 시간은 누워있었나봐.”

드디어 내일 중요한 발표가 있는데,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 당신은 기가 막힌 방법을 하나 떠올리죠.

“그러면 오늘은 한 시간 더 일찍 눕자. 그게 안전하겠어. 한 시간 정도 뒤척이겠지만 그래도 최종적으로 잠드는 시간은 비슷할 거야. 그러면 내일 하루는 좋은 컨디션으로 보낼 수 있겠지.”

안전한 생각이었죠. 더 일찍 누워있으면 아무리 오래 잠에 들지 못하더라도 결국에 잠들기만 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당신은 침실에 일찍 들어가게 되어요.

하지만 당연히 잠은 오지 않아요. 그저 잠자리에 일찍 들어간 것 뿐이니까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갑니다. 휴대폰을 보니 벌써 평상시에 잠자리에 들던 시간이 되었어요. 아직도 눈은 말똥말똥하네요. 이제 불안감이 더해져요.

“뭐야… 일찍 자려고 한 시간이나 일찍 누웠는데 결국 어제와 다를 바 없게 됐네.”

안전하게 충분한 시간을 일찍 누웠는데도 계획한대로 되지 않자 불안감이 훨씬 더 커져요. 초조함은 침실을 압도해버렸죠. 그리고 그날 밤도 역시나 늦은 새벽이 되서야 겨우 잠들게 되요.

다음날도 마찬가지에요. 물론 당신은 다양한 시도를 해볼 거예요. 베개를 바꿔보기도 하고, 자기 전 운동을 해보겠죠. 안타깝게도 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지만 말이에요.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기만 할 뿐이에요.

그렇게 당신은 밤을 잃어버리게 되었어요.

불면증의 원인과 진단

어떤가요? 나의 상황과 비슷한가요?
모든 내용이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결국 불안과 초조함이 침실을 압도하는 결과는 비슷할 것예요. 그게 불면증의 핵심이랍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어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수면장애로 진료 받은 사람은 67만 명으로, 2016년부터 매년 약 8%씩 증가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직장인들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직장인 불면증의 흔한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어요.

  • 번아웃
  •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 업부 부담감
  • 육아 병행으로 인해 엉켜버린 수면 패턴

잠을 잘 못잔다고 해서 모두 불면증은 아니에요. 바빠서 시간이 부족해 잠을 못 자는 건 불면증이 아니랍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죠.
불면증은 그와 달리 잠을 잘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그리고 노력했음에도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를 말해요.
불면증에서는 흔히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요.

  • 잠들기가 어려워 잠들기까지 30분 이상 걸려요.
  • 잠에서 자꾸 깨거나, 깬 뒤에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 30분 이상 깨어 있어요.
  • 이른 아침에 잠에서 일어나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요.

이러한 증상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자주 발생하고,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발생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그것이 바로 불면증이랍니다.

불면증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할 수 있어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잘못된 수면 습관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고, 복용 중인 약물이나 다른 질환 때문에 발생할 수 있어요. 특히 하지불안증후군이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과 같이 수면과 관련된 질환에 의해 불면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드물진 않아요. 뿐만 아니라 3개월 이상의 만성화된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50%는 불안, 우울 등과 같은 정신과적인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불면 증상 자체는 전체 인구의 35~50% 정도가 경험할 정도로 매우 흔하답니다. 그중에서 40~70%는 1~20년 내에 만성화되기도 해요. 불면증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요.

정확하지 않은 불면증 정보들

전체 인구의 35~50%가 한 번 쯤은 경험하게 되는 흔한 증상이라 그런 걸까요? 불면증을 호전시키는 방법에 대한 정보도 정말 다양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 대부분의 해결책들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점이에요. 흔한 오해들을 살펴보도록해요.

수면제

수면제는 생체시계를 조절하여 잠을 유도하는 안정제에요. 벤조디아제핀, 졸피뎀과 같은 수면제는 단기적으로 불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의 수면제는 내성과 중독이 있어 소량, 단기간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답니다. 내성이 있다는 말은 약을 끊었을 때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는 뜻이며, 중독이 있다는 말은 약물 용량 조절을 실패했을 때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수면제는 소량, 단기간만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즉, 3개월 이상 만성화된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수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멜라토닌

멜라토닌은 수면유도제에요. 수면제가 생체시계를 꺼서 수면을 유도하는 것과 달리, 멜라토닌은 생체시계의 시간 설정을 바꿔 ‘지금이 자야 하는 시기'라고 알려주는 역할을 해요. 이로써 멜라토닌은 수면리듬장애, 시차로 인한 불면 등에 더 효과적이에요. 최근 연구에는 멜라토닌이 수면의 질 향상에 조금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여전히 불면증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충분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트립토판

가끔 불면증을 앓고 계신 분들이 트립토판을 수면 영양제로 챙겨드시는 분들이 있어요. 어떤 분들은 트립토판으로 불면증을 극복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트립토판은 불면증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요. 트립토판은 우리 몸 안에서 멜라토닌의 전구물질, 즉, 멜라토닌이 만들어지는 재료로 활용되지만, 이외에도 우리 몸의 수많은 대사에 영향을 미쳐요.
트립토판 영양제를 조금 챙겨먹는다고 하여 우리 몸이 멜라토닌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불면증에 대한 멜라토닌의 효과도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어요. 불면증에 대한 트립토판의 효과는 더더욱이 입증되지 않았답니다.

마그네슘

2011년, 2012년에 진행된 연구에서 마그네슘이 일부 고령 불면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하지만 2021년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고령 불면증 환자들에 대한 마그네슘 영양제의 효과는 그다지 근거가 없다고 해요. 다만, 해당 연구에서는 마그네슘이 어디서든지 구할 수 있고 저렴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 자체는 “나쁠 게 없다" 정도로 해석되고 있어요.

항우울제

일부 항우울제는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약들이 장기적으로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부족해요. 다만, 불면증과 다른 정신과적 질환이 동시에 존재할 때 이를 독립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항우울제를 복용할 때 수면에 도움이 되는 종류의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효과적일 수 있어요.

향기

특정한 향을 통해 숙면을 취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특정한 향이 불면증을 낫게 하고 더 좋은 수면을 제공해 준다는 근거는 부족해요. 물론 그러한 향기가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이를 통해 하루이틀 정도는 더 편한 마음으로 잠들 수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느낌과 사실은 다른 문제라고 볼 수 있죠. 더군다나 신체의 감각 중 적응력이 뛰어난 감각이 후각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향기를 통해 더 나은 수면을 유도한다는 방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베개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 환경 중 베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물론 베개가 너무 높거나 낮아서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베개를 바꾸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베개를 바꾼다고 잠을 더 잘 잘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베개를 바꿔서 수면에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잘 설계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요. 느낌과 사실은 다른 문제랍니다. 그러니 불면증 개선을 위한 베개를 찾아나서고 있다면, 큰 비용을 지불하고 베개를 구입할 계획이라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더 좋을 거예요. 마약 베개, 숙면 베개, 꿀잠 베개 등은 결국 우리들의 침실에 있는 것과 유사한 베개 중 하나일 뿐이랍니다. 이는 침대 매트리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에요.

불면증의 일차치료: 인지행동치료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는 인지치료와 행동치료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에요. 인지치료는 수면 습관에 대한 교육, 자극 조절, 이완 요법, 걱정 덜어내기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행동치료는 수면 시간을 제한하여 점차적으로 수면 효율을 높이는 과정을 뜻해요.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는 이미 수많은 연구들에 의해 그 효과가 입증되었어요.

미국내과학회(ACP)는 불면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우선 인지행동치료를 시도해보라고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어요. 인지행동치료로도 효과가 없다면 ‘단기간의’ 약물을 병행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결정은 의사와 환자가 함께 논의하여 장단점을 비교한 후 결정하라고 권고하고 있어요.

불면증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Morin 박사가 최고의 의학 저널 Lancet에 2012년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과 인지행동치료가 불면증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덧붙여서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은 단기적으로 사용할 때에만 효과가 있고, 장기적인 사용의 효과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답니다.

이렇듯 인지행동치료는 이미 불면증의 1차 치료로 충분히 입증되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고, 매주 인지행동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며, 병원을 가지 않는 나머지 6일 동안 홀로 이 모든 것을 이겨내기에는 너무 벅차기 때문이죠. 사실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자료는 이미 수많은 서적들이 존재해요. 영국의 NHS(국민보건서비스)에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였기 때문에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어요.

다만, 이를 매번 혼자서 진행하기 너무 힘든 게 문제에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의학과와 내과에서도 수면제를 많이 처방하는데 이들 의사들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답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하는 의원이나 프로그램도 많아요. 디스턴싱도 그 중 하나랍니다.

그러니 근거가 부족한 유사과학에 돈을 쓰지 말고, 전문적이고 입증된 치료를 찾아 이용하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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