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매우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고 있다. 유달리 길게 느껴졌던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기운이 빠지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임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 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생각해본 적은 있는지 되돌아보자. 무엇이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을까?
오랜 시간에 걸쳐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스트레스 유발 요인과 대응 방식을 기반으로 맞춤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활발히 노력하고 있다. 정신의학 저널인 Mental Health Science의 2024년 6월호에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바로 ‘스트레스는 어디서 올까?(Where Does Stress Happen? Ecological Momentary Assessment of Daily Stressors Using a Mobile Phone App)’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에 다운 받을 수 있는 앱을 사용하여 일상 스트레스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본 연구는 미국의 애리조나 및 인디애나 주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33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는 스마트폰 기반 앱을 통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경험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도록 지시받았다. 앱은 스트레스 사건의 기록과 동시에 GPS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여 스트레스가 발생한 위치 정보를 파악했다. 여기서 스트레스란 불안, 슬픔, 좌절감, 압박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유발하는 모든 상황으로 정의되었다. 연구 결과, 애리조나 주에 거주하는 참가자는 2주일 동안 하루 평균 1.2건, 그리고 인디애나 주의 참가자는 1주일에 걸쳐 하루 평균 2.5건의 스트레스 경험을 보고했다.
그렇다면 참가자들이 가장 자주 보고한 스트레스 유형은 무엇일까? 전체 스트레스에서 업무 관련 스트레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16.05%로 가장 높았다. 회의, 업무량, 사업의 불확실성 등 직장인이 겪게 되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이 보고되었다. 그다음은 시간 압박에서 기인하는 스트레스가 9.28%를 차지했는데, 일정이 지연되거나 지각, 바쁜 일정 등의 원인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불안, 걱정, 긴장 등의 심리적 문제(7.96%), 두통, 피로 등의 신체적 문제(6.23%), 그리고 반려동물 관련 스트레스(5.04%)가 뒤를 이었다. 많은 참가자가 부정적인 감정 그 자체를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 생활 속 사건에 대한 인지가 떨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불안, 걱정 등을 느끼는 상태 자체만으로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장소별로 주요 스트레스 요인이 다르게 나타났다. 직장에서는 업무 스트레스가 41.3%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반면, 집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주로 가사노동, 수면 문제, 그리고 미디어 소비와 관련된 요인이 주로 작용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집과 직장을 제외한 기타 장소에서는 교통 체증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가장 흔했다.
우리는 본 연구를 통해서 스트레스는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환경이나 상황 속에서 더욱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교통 체증이나 반려동물, 날씨, 붐비는 장소 등 평소에 쉽게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트레스는 개개인에 따라 특정 패턴이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의 스트레스는 어디서 오는지 한번 되짚어보자.
Yao X, Nelson EJ, Stavrianakis K, et al. Where does stress happen? Ecological momentary assessment of daily stressors using a mobile phone app.Mental Health Science. 2024;2(2). doi:https://doi.org/10.1002/mhs2.54
